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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에 오른 정병훈-하문자부부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8-04-22 11:48
조회
3692

정병훈-하문자부부님의 홈페이지 http://cafe.daum.net/ds5gzj"

제목 : 월간山에 오른 정병훈-하문자부부

[피플] 대간 5회와 9정맥 완주 후 지맥도 42개 마쳐 정병훈-하문자 부부
“첫 대간 종주에 체중 30kg가 쑥 빠지데요” 60대 부부 정병훈(64)-하문자씨(65)는 한창 때의 젊
은 산꾼들도 놀라게 할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백두대간 종주 5회, 9정맥 완주에 이어 현재 지맥 42개
째를 밟고 있는 중이다. 남은 60개 지맥도 물론 다 밟아본다는 게 이 부부의 계획이다.


실제로 산행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알고 나면 놀라움은 더 커진다. 2000년 백두대간을 처음 시작할
때 남편 정병훈씨는 허리둘레 44인치에 체중이 무려 123kg이었다.

“처음엔 얕은 산부터 시작했는데, 그런 산 서너 시간 갔다가 오면 식욕이 좋아져서 체중이 오히려
더 불어났어요. 이거 안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백두대간이라는 게 있다기에 옳다, 우리도 한 번 해보
자며 나섰지요.”

부부는 전국 도로교통지도 한 장 달랑 들고 2000년 3월 지리산부터 무작정 시작했다. 드럼통 같은 허
리에 178cm의 장신인 남자와 158cm의 단신인 60대 여자가 단 둘이 도로지도만 들고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러나 부부는 진지하게 백두대간을 짚어나갔다. 놀랍게도 첫날 산행에서 부
부는 중산리를 새벽 4시30분에 시작, 천왕봉, 벽소령 거쳐 성삼재에 밤 9시에 도착하는 집념을 보였
다.

집에서 논물 볼 때 쓰던 커다란 무우만한 랜턴을 들고 가다가 그마저 불이 나가 더듬다시피 하며 성삼
재까지 걸었다. 한 번 산행에 나서면 최소 1주일, 길게는 보름씩 대간 길을 이어갔다. 구부시령과 청
옥산에서는 하룻밤씩 야영산행도 했고, 그럴 때면 배낭 무게가 30kg 가까웠다. 물론 무수히 ‘알바(길
을 잘못 들어 헛수고하고 되돌아오는 일을 이르는 대간 꾼들의 속어)’를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석 달만인가 대간을 마치니까 체중이 30kg이 줄었더라고요. 얼마나 좋던지-. 출발지에
둔 차 가지러 가는 비용, 여관 비용 등등 돈도 많이 들었지만 건강해진 것에 비할까. 얼굴이 까맣게
타고 넘어져서 얼굴 싹 쓸려서 피 나고 진물 난 얼굴로 집에 가니까 손주 녀석들이 가까이 안 오는
게 좀 섭섭하더만.”

농사 짓다가 건재상 하던 것도 모두 정리하고 건강해져야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는 그
러나 한 번 마치고 나자 걷지 않으면 몸이 근지러워 견딜 수 없는 ‘걷기 중독’에 빠지게 했다. 부부
는 이제는 진부령부터 거꾸로 내려오는 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이번엔 그래도 10만 분의 1 지도책을
구간별로 찢어들고 갔지만 정반대 방향 길은 완전히 처음 가는 길인듯 헷갈려서 또한 무수히 ‘알바’
를 거듭했다.

물론 이번에도 일주일, 보름씩 이어갔다. 그렇게 2차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뒤 9정맥 종주를 시작했
다.

그 길고 적적한 산중을 부부 단 두 사람만 그렇게 계속 걷는다는 게 좀 지겹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하
고 묻자 “한 구간 할 때마다 해냈다는 만족감, 성취감에 언제나 즐거웠다”고 부부는 입을 모은다.
같은 남해 사람으로 워낙 잉꼬부부인 것 같기도 하다. “훤칠한 장신에다 미남인 남편이 좋아서 내가
적극적으로 결혼하자”고 했다는 부인 하문자씨가 놀랍다. 키가 158cm로 남편보다 30cm나 작은데,
그 긴 보폭을 어떻게 쫓아갔을까.

하지만 “저녁때가 되면 항상 이 사람이 조금만 더 가자고 해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정씨는 믿기 어
려운 말을 한다. 부인 하씨는 “어릴 적부터 매일 20km를 걸어 통학했던 몸이라 걷는 일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날로 건강해지는 모습에 2남2녀의 자녀들은 앞다투어 산행 성금을 보탠다
고도 하니, 부부의 산줄기 사랑은 평생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출처 : 월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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